임태희 교수님은 현재 용인대 태권도 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시며, 한국스포츠 과학원장과 한국 스포츠 인성 코칭 학회장직을 겸하고 계십니다. 임 교수님의 전문 연구 분야인 스포츠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성교육에 관련된 연구와 저서집필 활동을 하시며, 태권도 교육에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고 계십니다. 저희 태권US를 위해서 태권도 인성교육 시리즈를 보내 주셨으며 많은 미국내외의 사범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태희 교수님을 비롯하여 수고해 주신 교수님 연구실 및 협회의 스테프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Taekwon US 운영팀]
임 교수: 자 그럼 라이프스킬 발달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로 ‘마음의 욕구’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첫 번째 요소는 수련생이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내적 동기’를 심어주는 거였어. 이를 위해서는 수련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었어. 그럼 두 번째 마음의 욕구는 뭐였는지 기억나니?
배 사범: 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맞나요?
임 교수: 맞아. 바로 ‘관계성’이야. 관계성은 수련생이 주변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또한 수련생들은 항상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거나 안정된 집단에 소속되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어. 만약 이 욕구가 만족 되지 못하면 수련생들은 심리·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거야.
배 사범: 도장에서 수련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일부 수련생들은 내성적인 성향 때문에 친구들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친구를 사귀거나 친해지려는 것처럼 관계를 맺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관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려는 마음의 욕구인 것 같아요.
임 교수: 그럼 당연하지.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거든.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손을 거치고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거나 그 이후에도 누군가의 손을 거치잖아. 이처럼 사람은 한평생을 ‘관계’ 속에 살아가는 거야. 지금 배 사범과 나도 좋은 관계로 만나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잖아.
배 사범: 하하하 맞아요.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이나 사건들은 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저조차도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과 가끔 갈등이 생기거든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요즘 들어서는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보다 우리는 삶에서 관계 때문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임 교수: 우리 어른들도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데 어린 수련생들은 오죽하겠어?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혹시 들어봤니?
배 사범: 아니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임 교수: 이 속담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되는데, 핵심 내용은 아이 한 명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거야. 실제로 해외의 저명한 학자인 브론펜브레너 Bronfenbrenner는 ‘인간 생태학 이론 human ecological system’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아동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어.
배 사범: 와∼ 엄청 어려운 이름이네요. 무슨 내용인가요? 제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임 교수: 알고 나면 굉장히 쉽고 당연한 내용이야. 자 그림으로 설명해줄게.
임 교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는 미시체계라는 좁은 관계부터 거시체계라는 넓은 관계망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수련생은 미시체계에서 부모·선생·사범·친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지. 수련생이 태권도 수련에서 체험하고 습득한 라이프스킬을 바로 이 미시체계 내에서 잘 활용해야 발전적인 미시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브론펜브레너에 따르면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발달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원·도장·학교 같이 어떤 환경에서 수련생이 이들과 상호작용 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가령 가정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없거나, 놀이 중심, 교육목표가 없는 도장환경 속에서 사는 수련생은 라이프스킬을 굳이 배울 필요도 사용할 필요도 없게 되는 거야. 당장은 그것이 삶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성장하면서 그리고 미시체계, 중간체계, 외체계와 거시체계를 경험하면서 이러한 라이프스킬의 부재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거야. 요컨대 내 친구 중에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는 자기가 태권도 수련에서 관계에 대한 라이프스킬을 배운 덕분에 지금 공기업 회사의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말하거든. 많은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서 경쟁자나 상사, 부하직원들과 인간관계에서 끊임없는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갈등을 인내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 그리고 그 갈등을 당사자나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대하거나 풀려는 경향이 강하거든.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면 제일 먼저 자기를 돌아보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거든 그리고 필요하면 지위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해.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고 다시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고 해.
배 사범: 이해되네요. 이렇게 보니 정말 어린 수련생 한 명을 위해서 결국은 사회와 국가까지 모든 것이 중요하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새롭네요.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관계로 이어진다는 거죠?
임 교수: 맞아. 수련생은 분명 하나의 독립된 존재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 생활반경 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 위치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모두 관계라고 이해할 수 있어.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connection)되어 있거든. 물론 라이프스킬의 학습을 위해서는 미시체계에 있는 사람들과 수련생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
배 사범: 맞아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그 미시체계의 사람들이 바로 태권도 수련생들의 라이프스킬 학습의 핵심이라는 것이겠죠?
임 교수: 이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 이 관계성에 대한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수련생의 삶에서 가까운 사람들(미시체계)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 결국 좋은 라이프스킬을 만든다는 거야. 긍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수련생들은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 있는 방법(예: 협력 또는 협동)을 배울 수 있어.
배 사범: 그렇군요. 부모나 선생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태권도장에서는 사범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임 교수: 맞아. 사범은 각각의 수련생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해. 배 사범은 수련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니?
배 사범: 음... 저 같은 경우에는 모든 수련생의 이름을 하루에 최소한 한 번씩은 부르려고 노력해요. 제가 어릴 때는 사범님이 출석을 부를 때 한 번씩 이름도 불리고 눈빛도 주고받았는데 요즘에는 출석 시스템을 쓰니까 그런 기회가 적거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수련시간에 수련생 이름을 가능한 많이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임 교수: 아주 좋은데? 배 사범의 그런 노력이 분명히 수련생들의 마음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이제 라이프스킬도 공부하고 있으니 더 효과적으로 인성교육을 할 수 있게 되겠지. 가능하다면 비언어적 · 언어적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이것도 나중에 코칭이라는 개념과 함께 설명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