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교수님은 현재 용인대 태권도 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시며, 한국스포츠 과학원장과 한국 스포츠 인성 코칭 학회장직을 겸하고 계십니다. 임 교수님의 전문 연구 분야인 스포츠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성교육에 관련된 연구와 저서집필 활동을 하시며, 태권도 교육에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고 계십니다. 저희 태권US를 위해서 태권도 인성교육 시리즈를 보내 주셨으며 많은 미국내외의 사범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태희 교수님을 비롯하여 수고해 주신 교수님 연구실 및 협회의 스테프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Taekwon US 운영팀]
집으로 돌아간 양 사범은 임 교수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공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최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양 사범은 문득 자신이 상대방과 공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면서 수련생과 학부모에게도 잘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부정적인 생각에 괴로워하던 양 사범은 임 교수에게 다시 연락했다.
양 사범: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 교수: 그래~ 저번에 표정이 좋지 않더니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니?
양 사범: 사실은 얼마 전에 친구하고 말다툼이 있었어요. 그런데 교수님을 찾아뵙고 나서 그게 제가 공감을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일인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이것 때문에 수련생과 학부모도 혹시 상처를 받지나 않았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임 교수: 그랬구나. 고민 많이 했나보네. 우리 천천히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해볼까?
양 사범: 네. 감사합니다.^^
임 교수: 우리가 지난번에 공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공감은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도 했었지.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공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감이 되는 척 해야 할 때가 너무나도 많아, 그렇지?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감이 되지 않으니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말해야할까? 양 사범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양 사범: 떠오르는 그대로 말하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상대방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것 때문에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번에 교수님께서 공감을 억지로 하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이도저도 못하겠다는 느낌이에요.
임 교수: 그래, 공감을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억지로 한 공감은 언젠가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되거든. 가장 좋은 공감은 마음에서 우러나와 저절로 이루어지는 공감이지만 기술을 통해서도 공감에 도달할 수 있어.
양 사범: 기술이요? 그게 가능한가요? 진심이 아니면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된다고 하셨잖아요?
임 교수: 억지로 하는 공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지. 상대방을 위해서 적절한 대화기술을 사용해서 공감을 얻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어. 달리 생각하면 대인관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말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 적당한 말기술을 잘만 사용한다면 오히려 상대방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거나 대화의 요점을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양 사범: 공감을 얻기 위한 말기술은 오히려 대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런데 이렇게만 들어서는 말기술이 뭔지 모르겠어요.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임 교수: 하하하∼ 그래, 사실 말기술은 심리상담의 상담기법에 해당하는 거야. 양 사범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말기술이라고 했던 거지. 상담기법은 사실 무궁무진하거든. 오늘 다 이야기하기는 힘들 테니 하나씩 알아가면서 양 사범의 주변사람이나 도장에서의 수련생 또는 학부모에게 적용해보면 좋을 거야. 아참! 안다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알고 있지? 계속 연습하고 적용해보고 실수 하면서 배워가는 거야. 이점 잊지 않길 바란다.
양 사범: 그럼요. 26년 넘게 써오던 말투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하겠어요. 계속 써보면서 노력해야겠죠. 그래도 상담기법을 배우는 것부터가 시작 아니겠습니까?
임 교수: 그렇지! 이제야 표정이 좀 밝아지는구나. 그럼 오늘은 공감을 위한 대표적인 상담기법 한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양 사범, 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말을 하는 것부터가 시작일까? 아니면 말을 듣는 것부터가 시작일까?
양 사범: 대화의 시작이라∼ 말을 하는 것부터 시작 아닐까요? 말을 해야 대화가 오갈 수 있을 테니까요.
임 교수: 말을 하는 사람은 있는데 말을 듣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그게 올바른 대화일까? 혼자서 하는 말은 대화가 아니라 ‘혼잣말’ 또는 ‘독백’이라고 하잖아. 그만큼 대화는 듣는 사람이 중요한 거야. 사람이 말을 할 때 집중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경청’이라고 하지.
양 사범: ‘경청’이라는 상담기법은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이라는 거죠? 근데 교수님, 대화할 때 경청해야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임 교수: 맞아, 그런데 간혹 경청은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 사실 경청은 잘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 속에서 핵심내용을 포착하는 것,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해한 것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것을 포함하거든.
양 사범: 경청은 잘 들어주는 것을 넘어서 대화의 핵심내용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거군요. 근데 다시 돌려준다는 건 어떤 거예요?
임 교수: 다시 돌려준다는 건 내가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이해하고 해석한 것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 나와 상대방의 관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해석이 틀릴 수도 있거든.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어찌됐든 상대의 관점에서는 진실이라는 거야. 그래서 들은 것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과정은 경청을 위해 꼭 필요해!
양 사범: 대화는 상대의 관점에서 경청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거군요. 쉬울 것 같지만 매번 그렇게 대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임 교수: 올바른 경청을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그래서 잘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겉으로만 듣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도 많고. 이런 경우 상대의 말 속에 숨겨진 내용이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억지로 공감하는 척을 하게 되는 거야.
양 사범: 아~ 그래서 경청을 하면 상대의 말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저절로 공감을 하게 된다는 거군요.
임 교수: 맞아, 양 사범 역시 이해가 빠르네! 그럼 이제 적용을 해봐야겠지? 도장에서는 언제 경청을 할 수 있을까?
양 사범: 수련생이나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겠죠? 물론 상담실도 있으면 더 좋구요.
임 교수: 물론 시간적 여유와 쾌적한 환경의 상담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도장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양 사범: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을 것 같아요. 한 명의 수련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를 것 같아요. 꽉 차여진 수련시간과 차량운행 스케줄 그리고 많은 수련생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죠. 상담실도 조용하게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요. 생각해보면 태권도장은 상담을 적용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범들에게 상담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어요. 저는 오늘 교수님께 경청이라는 기법을 배웠지만 사실 도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임 교수: 어떤 점에서 확신이 들지 않는 거지?
양 사범: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아요. 그래서 ‘과연 도장에서 경청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장은 시간적, 환경적인 제약이 많이 따르거든요.
임 교수: 그럼 경청을 30초 만에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아니 10초라도 가능할 수 있다면?
양 사범: 경청을 어떻게 10초 만에 해요?
임 교수: 경청은 무조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야. 오가는 한 마디 속에서도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 예를 들어볼까? 한 수련생이 친구와 다투고 와서 우울한 표정으로“사범님 저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라고 얘기할 때 “왜 싸웠어?”가 아니라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구나.”라고 한다면 이건 경청이 되는 거야. 생각보다 간단하지?
양 사범: 이게 경청이라구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임 교수: 올바른 경청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어. 첫 번째는 상대의 자세, 표정, 제스처,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관찰하고 읽을 수 있어야하고, 두 번째는 상대의 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숨겨져 있는 ‘진짜 메시지’를 찾을 수 있어야 해. 예시에 적용해서 생각해볼까? 수련생이 “사범님 저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왜 싸웠어?”라는 반응은 비언어적 표현과 숨겨진 진짜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 한 거야. 반면,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구나.”라는 반응은 수련생의 우울한 표정을 고려하고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수련생의 숨겨진 메시지를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경청이 되는 거야.
양 사범: 아~ 경청을 위해서는 비언어적 표현 관찰과 진짜 메시지 탐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말투가 조금 오글거리는 것 같아요.
임 교수: 하하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지. 우리가 새 옷을 입으면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잖아. 말기술도 마찬가지야. 양 사범, 익숙하지 않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는 거야. 태권도 교육환경과 사범 역할도 변화할 때가 됐어. 이제 주먹구구식의 교육은 안 통해. 사범의 말 한마디가 수련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봐. 그래서 사범이 먼저 변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태권도장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돼 있어.
양 사범: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과거에 통용되면 말이나 행동들이 이제는 용인되지 않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잖아요. 저는 나름 시대에 발 맞춰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멀었네요.
임 교수: 아까 양 사범이 말했던 것처럼 이제 시작일 뿐이야. 아까 내가 예를 들어줬던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야. 저런 식으로 경청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게 정답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오늘부터 배우는 상담기법을 양 사범만의 스타일로 소화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거야. 모든 사람은 성격이 다 다르잖아. 말투도 똑같아 도장의 특성, 사범의 성격, 수련생과 학부모의 유형 등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해.
양 사범: 네, 명심하겠습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즉시 도장과 제 삶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상담은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임 교수: 당연하지! 그러니까 한 주 동안 경청을 잘 적용해보고 다음 주에 다시 보자.
양 사범: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